[신기원 목요칼럼] 코로나검사를 하며느낀 단상

기사입력 2021.09.16 10:37 조회수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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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원(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지난 토요일 제자결혼식에 참석하고 식사를 하고 왔는데 공교롭게도 코로나확진자가 그곳에 있었던 모양이다. 보건소에서 코로나검사를 받으라고 문자가 왔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 검사를 안받아도 괜찮을거라는 안이한 생각이 들었다. 또 나름대로 일정들이 있다보니 귀찮다는 마음도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보건소로 향했다. 아침 9시 이전 임에도 불구하고 십여명이 대기하고 있었고 내 뒤로도 계속 대기자들이 줄을 섰다. 검사는 목과 코에 솜봉을 넣는 두 가지로 간단하게 끝났다. 목은 괜찮았지만 코속은 얼얼하였다.

 

문제는 대기하면서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검사결과가 빠르면 퇴근무렵 나온다고 하였다. 오후에 학생들 상담이 있었지만 연락을 해서 모두 연기하였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되는 야간강의는 할 수 있겠지 라는 기대를 하였는데 산산히 무너졌다. 보건소에 알아보니 검사물분석을 지역보건소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충남보건환경연구원 등 다른 지역에 있는 기관으로 보낸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오전에 한 것은 모아서 1시쯤 보낸다고 하였다. 검사결과는 내일 아침에나 알 수 있다고 하였다. 할 수 없이 야간강의도 조정하였다. 내일 오전 강의도 갑자기 불확실해졌다. 강의는 9시10분 시작인데 검사결과는 공무원들이 출근한 9시 이후에나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별다른 증상도 없었는데 공연히 검사를 해서 일정이 모두 틀어졌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규정을 지키면 개인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 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다음날 9시가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었다. 강의가 9시 10분 시작이라 조바심이 났다. 보건소에 전화를 하니 안받았다. 보건소 전화는 어제부터 불통이었다. “통화내용은 녹음되며 폭언·폭행 욕설시에는 통화가 종료될 수 있습니다”라는 멘트만 반복되었다. 바쁘면 임시직이라도 채용하여 진행상황을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세심함이 아쉬웠다. 세금을 이런데 썼다고 하면 시민들이 적어도 욕은 안할텐데... 지인에게 연락을 하여 검사결과통보에 대해 문의를 하니 알아보겠다고 하고는 10시는 되어야 결과가 나올거라고 하였다. 부아가 치밀었다. 대체로 공무원들 하는 일이 국민편의보다는 행정편의위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행정하는 모습이 지나치게 경직되었고 안일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코로나19가 발생한지 1년반이나 지났는데 검사를 해서 결과를 통보하는 방식은 발상의 전환을 하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영혼이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과연 개선될 여지는 없는 것일까.

 

보건소에서는 왜 오전에 검사한 것을 오후 1시 쯤 한꺼번에 보내야 하는 것일까. 검사건수가 많으면 2시간 단위로 보낼 수는 없는 것일까. 분석기관인 충남보건환경연구원도 마찬가지이다. 인력이 부족하면 충청남도에 건의해서 임시직이라도 사람을 더 채용하던지 분석기계가 부족하면 예산긴급배정을 요청해서 기계를 더 사던지 해서 검사결과를 조금 더 일찍 도민들에게 알려줄 수는 없는 것일까. 또 검사결과를 꼭 9시 이후에 알려줘야 하는 것일까. 오전 7시나 8시부터 알려주려는 시도는 왜 하지 않는 것일까. 보건소 역시 전화알바생이라도 채용하여 결과가 궁금한 시민들의 질문에 응대해줄 수는 없는 것이었을까. 시민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한심하게만 보였다.

 

결과를 기다리는 국민들은 하루 혹은 이틀 동안 일정을 취소하고 대기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지낸다. 코로나감염에 대한 불안도 있지만 직업에 따라서는 생업에 대한 심각한 불안을 하면서 말이다. 진정 '사람이 먼저'라면 국민들의 일상을 제대로 살피고 세심하게 배려하는 행정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공무원들이 국민들의 편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사람이 먼저'라는 슬로건은 수포로 돌아간다. 갑자기 육칠십년대 공무원들이 떠올랐다. 열정과 투지 그리고 추진력을 가지고 황무지 같은 나라에서 근대화의 기적을 일구어냈던 그 유능한 공무원들은 다 어디갔을까. 아니 그들은 후배공무원들에게 무엇을 전수시킨 것일까.

   

코로나19에 대한 K방역이 실질인 효과를 거두려면 소시민 개개인이 피부로 느낀 경험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다 자기입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방역결과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sbc서산방송 기자 sbc78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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